젠더리스 교복 "여자도, 남자도 스커트 OK"
2018년 4월, 일본 치바현 카시와시에 개교한 카시와시립카시와노하(柏市立柏の葉) 중학교의 교복이 꽤 이슈가 되었습니다. 90년대~2천년대 초반에 유행했던 것처럼 명품 브랜드 & 유명 디자이너제 교복이라서? 아닙니다.

놀랍게도 이 학교의 교복은 LGBT(성소수자) 학생까지 고려한, 젠더리스 교복이기 때문입니다. 이 학교의 이야기는 전국 방송에도 소개되어 해당 지역 교육위원회에 전국에서 문의가 쇄도하기도 하였습니다.

사실 교복 디자인 자체는 평범한 디자인의 교복입니다. 학교 앰블렘이 부착된 3버튼 블레이저 재킷과 리본타이, 스트라이프 넥타이, 플레어 스커트 등 평범한 디자인이죠. (다만 현재 치바현 내의 20개 시립 중학교는 전부가 남성 = 가쿠란, 여성 = 세라복의 디자인이기에, 이러한 재킷 형태의 디자인 자체가 나름 파격적인 시도이기는 합니다)

그러나 놀라운 점은 착용에 대한 학칙입니다. 이 학교에서는 성별에 따른 구분없이, 위의 네 가지 조합 중 마음에 드는 교복을 입으면 됩니다. 즉, 남학생이라도 스커트에 리본 타이를 할 수 있고, 여학생 역시 바지 교복에 넥타이를 착용해도 되는 것입니다. 물론 재킷과 바지의 경우, 남학생과 여학생의 체형 차이에 따라 2가지 버전의 구분이 있습니다만(남자 바지의 여유 있는 밑위 부분 등), 이 역시도 선택은 자유입니다.

* 개인적인 사견으로 이 학교의 케이스는 '젠더리스 교복'이라는 표현보다 '교칙상의 유니섹스 교복'이라는 접근이 더 정확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만, 해당 교복을 소개한 일본쪽 언론에서 젠더리스라는 표현을 사용한 만큼(사실 뒤에 진짜 젠더리스 교복이 등장하기도 하고) 해당 표기를 존중했습니다.


왜 이러한 시도를 하게 되었는가?

사실 교육이라는 영역, 특히나 학교의 운영 방침이나 학칙 등은 전 세계 어느 나라나 굉장히 보수적인 면이 있습니다. 학생/청소년이라는 특수한 신분, 그리고 미성년자에 대한 훈육은 어느 사회에서나 신중히 접근해야 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보수적인 접근이 이뤄지기 쉬운 것이지요.

그런 만큼 보통 보수적 색채가 더 강하기 마련인 시립 학교에서 이러한 성소수자에 대한 고려가 이뤄진 젠더리스 교복을 채택하게 된 것은 놀라운 일입니다. 이 학교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된 것은 현재 24세가 된 K씨의 일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K씨는 호적상으로는 여성입니다만, 마음은 남성입니다. 어릴 적부터 스커트를 입는 것이 싫었고, 중학교에 들어가서 세라복을 입고 학교에 다니는 것에 매우 큰 위화감을 느꼈다고 합니다. 결국 그 위화감은 곧 혐오감이 되었고, 폭력적인 행동을 동반한 등교 거부를 하기도 했습니다. 병원에 상담을 받은 결과 그녀는 성별불쾌감(성 정체성 장애, GID) 진단을 받았습니다.

어머니가 학교에 상담한 결과 다행히 3학년이 되었을 때 K씨는 체육복을 입은 채로 학교 등교가 가능하다는 허가를 받았고 "이제야 평범한 남자로 인정받을 수 있다" 라며 기쁨의 눈물을 흘리기도 하였지만, 역시 당시에도 K씨를 이상하게 보는 주변의 시선은 견디기 어려웠다고 합니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발안

카시와시에 새로 개교한 중학교에서 젠더리스 유니폼의 도입을 최종 결정한 된 것은, 학생과 보호자 모두가 참여한 검토 위원회입니다. 최근 일본에서는 "사복이 차라리 깔끔하다" 라며 교복 자체를 폐지하는 학교도 나오고 있습니다만, 시 교육 위원회의 사전 조사 결과 "교복은 필요하다" 라는 부모가 90% 가까운 의견를 보내 왔습니다. 이에 따라 검토 위원회에서는 어떤 교복이 바람직할지 논의를 거듭한 결과 "성소수자까지도 배려한, 누구나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교복이 좋다" 라는 한 학부모의 발안을 통해 이번 결정이 이루어 졌습니다.



개발에 있어서...

사실 교복 업계에서는 성소수자까지 배려하는 젠더리스 교복에 대한 논의가 일찌감치 이뤄졌습니다. 이번 카시와노하 중학교의 교복 제작을 담당하게 된 오카야마시의 메이저 교복업체 톤보(トンボ)사의 경우, 이미 남녀 교복의 구분 자체가 없는 디자인의 교복도 선보인 바 있습니다.

위 교복의 경우 철저히 젠더리스를 추구하여, 남녀 어느 쪽이 입어도 큰 위화감이 없는 디자인으로 완성되었습니다. 이 교복은 성별에 따른 체형 구분과 상관없도록 디자인의 폭과 라인을 고려했음은 물론 단추의 방향까지도 왼쪽/오른쪽 어느 쪽이든 상관없이 여밀 수 있도록 디자인 되었습니다. 제작 당시 트랜스젠더들의 의견까지 반영하는 등, 심도 높은 고민이 이뤄진 디자인이라고 합니다.



성적 다양성의 시대

지난 10일(2018년 7월 10일), 금남의 성역이었던 명문 오차노미즈 여자대학이 트랜스젠더 여학생의 입학을 허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오차노미즈 여자대학은 메이지 시대에 여성을 위한 고등교육 기관으로는 첫 개교한 학교로, 개교 이래 지금까지 '호적상 성별이 여자인 경우'에 한하여 입학 허가를 해왔습니다. 그 결과 트랜스젠더의 호적 변경을 사실상 인정하지 않고 있는 일본의 특성상 트랜스젠더는 입학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일본 사회에서도 서서히 변화하고 있는 성소수자 존중의 움직임과 열린 사고를 통해 이와 같은 방침이 발표되었고, 앞으로 다른 학교들에도 이 결정이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대학교는 물론, 일찌감치 중학교에서부터 성소수자를 배려하는 형태의 운영 방침이 시도되는 것은 꽤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으며, 선진적인 시도라 하겠습니다.




더 나아가

위 학교의 이야기가 전해지자 당시 해당 주제를 다룬 일본 웹에서는 이런저런 패러디와 진지한 논의가 함께 이뤄졌는데요, 만약 해당 이슈에 대한 언급이 없이 보았다면 그저 피식 웃고 황당하게 생각했을 아래의 사진들을, 조금 열린 눈으로 보게 되니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 세일러복의 경우 기본적으로 원래 수병들의 옷이니 따지고 보면야 남성들이 입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지만, 아무래도 여학생의 제복으로 훨씬 더 익숙한 일본의 감각으로는 어색함을 느끼기 쉬운 법이니까요. 스커트는 말할 것도 없고. 



카시와시립카시와노하 소학교 & 중학교




시립으로, 2018년 전교생 약 90여명의 작은 규모로 개교한 카시와시립카시와노하 중학교. 이미 2012년 설립된 카시와시립카시와노하 소학교와 건물을 연결한 것은 물론, 교사 공유라는 독특한 시스템을 통해(다만 직접적인 수업까지 관여하는 것은 아니고, 수업 참관이나 동아리 지도 등의 차원으로 보입니다) 최대 9년간의 연계 교육을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살아가는 힘을 키우고, 꿈의 실현을 위해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학생을 육성한다'를 학교의 교육 목표로 하고 있으며, 학교 홈페이지에 아예 따로 학교 이지메 방지 기본 방침 메뉴를 만들어 PDF 파일로 공유, 배포하는 등(http://www.kashiwaha-j.kashiwa.ed.jp/bullyingprevention ) 상당히 선도적인 시스템을 적극 도입하는 것으로 보이는 학교.

새로 개교하는 학교로서, 개교 준비에 대한 회의록이나 각종 안내를 공유함으로서 더욱 그 완성도를 높이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자 하는 자세(http://www.kashiwaha-j.kashiwa.ed.jp/openedpreparation ) 역시 신선하고 전향적인 자세로 보인다.


http://www.kashiwaha-j.kashiwa.ed.jp
치바현 카시와시 소재, 남녀공학.


참고 URL :
https://www.asahi.com/articles/ASL2F4GBKL2FUDCB013.html
https://ja.wikipedia.org/wiki/柏市立柏の葉中学校
https://www3.nhk.or.jp/news/web_tokushu/2018_0315.html?utm_int=detail_contents_news-link_002


by 리라쨩 | 2018/07/13 01:12 | 교복 & 고교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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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18/07/13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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